제노포비아(Xenopobia) - 11월 18일자 PD수첩을 보고 느낀 것..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증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나와 우리 먹고살기도 바쁜데,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밥그릇을 빼앗느냐?"는 거죠.
이를 제노포비아(Xenopobia)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 경기가 극도로 안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노포비아가 확산된다고 합니다.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법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990명 중 1827명(91.8%)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또한 노동부 산하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최근 직장과 관공서 등에서
인종주의적 모멸감과 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일보 17일자에서 인용)

조금 다른 측면에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금일(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군요.) PD수첩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한 편에서는 최진실, 조성민의 친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잇달아 한 캄보디아의 며느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보파. 물론 가명입니다.

그녀는 현재 24세. 캄보디아에서 대학까지 나왔으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외국인 결혼업체의 소개를 받고
한국의 한 남성과 결혼합니다.
그 남성은 혼기가 이미 지난 노총각이었지만, 농협에서 일하는 건실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녀의 말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듯
둘 사이는 매우 좋았고,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극진히 아꼈습니다.
그들은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보파씨는 자신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남편과, 그 남편을 꼭 닮은 아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어느날..
남편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살아 생전 남편은 늦은 나이에 결혼하였고, 새색시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재테크에 대해 신경을 썼습니다.
보험에도 여러군데 가입을 했습니다.
남편이 죽자, 각종 보험과 남편의 퇴직금이 주어졌습니다.
약 10억 여원이 유산으로 남은 것입니다.

시누이들은 보파씨에게 각서를 내밉니다.
남편의 현재 가진 재산의 1/2만 가지고 캄보디아로 돌아가겠다,
친권, 양육권, 재산권 등 모든 것에 대해 일체 포기하겠다,
이후로 추가적으로 나오는 남편의 재산에 대해서는 포기하겠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영어권이 아니라 영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능숙하지 못한 그녀에게
"친권", "양육권", "포기", "각서" 등등의 단어가 적힌 문서에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보파씨는 그저 시누이들이
"네 아들은 이제 부자가 될 것이다"는 말만 믿고 서명했습니다.
그리고는... 비행기표가 쥐어진 채 인천공항에 버려졌습니다.
갓난 아기도 빼앗긴 채 말이죠.
현재 보파씨는 인천공항 직원에 의해 이주 외국인들의 보호시설로 옮겨졌고,
아들과 만날 날을 기대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보파씨에게 소망이 있다면 그건 남편의 10억원에 가까운 유산이 아닙니다.
그저 그녀는 아들과 함께 아들과 남편의 나라, 한국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보파씨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시누이측의 이야기도 들어보아야겠지요.
시누이측은 보파씨가 스스로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보내준 것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젖먹이를 내팽겨치고 떠나려는 그녀가 괘씸하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PD수첩에서 그렇게 편집해서 느껴진건진 모르겠지만,
시누이의 말에 그다지 진실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뭐, PD수첩의 편집능력이야 여러차례 논란되기는 했지만
이번 만큼은 보파씨의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습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확산된다는 제노포비아.
사실 우리 사회는 불경기든 호황기든 상관없이 너무나도 외국인들을 혐오해왔습니다.
보파씨의 경우도, 시누이들은 그렇게 생각했겠죠.
혼기를 놓친 동생의 씨앗을 받아줄 존재 말입니다.
물론 남편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는 너무 고마웠겠죠.
특히 몸이 약한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어줄 식모까지 겸해주니
이야말로 정말 복덩어리였을 겁니다.

그러나 동생이 죽고, 10억여원의 감춰져있던 유산이 나옵니다.
이제 보파씨는 그 효용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10억원을 나눠가질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이게 웬걸, 한국어도 못하는 저기 어디 동남아에서 굴러들어온 개뼉다구입니다.
몰아내야죠. 효용가치가 없는 것은 몰아내고 돈은 챙겨야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데 하물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출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족이요? 웃기는 소립니다. 애초에 그녀는 우리의 가족이 아닙니다.
그저 내 노총각 동생의 총각딱지 떼어주는 역할,
모시기 귀찮은 노모 수발드는 역할이나 하는 식모에 불과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는 보파씨 뿐만 아니라
많은 이주 국제결혼 며느리들이 겪는 설움이며,
불법 체류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거룩한 척을 하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저 혼자 깨끗한 척을 합니다.
당장 내가 굶어죽게 생겼는데 남의 나라에 건너온 민족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미국이나 프랑스 같이 잘사는 나라 민족들도 아닙니다.
찌질이도 못사는 나라, 우리 나라에서 1년간 바짝 벌면 평생을 먹고 살지도 모르는
그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못사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됩니다. 없어져야지요. 당연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큰 설움을 겪었는데요.
일찍이 주한미군들, 특히 흑인들 씨받이 노릇하느라 고생했고,
그 중에 딱 하나 성공한 케이스가 하인즈 워드입니다.
그동안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설움을 당했는데요.
그 뿐인줄 아십니까? 프랑스로, 영국으로, 독일로, 일본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그런 취급을 받았는데요.
그 설움, 못사는 민족들은 당해봐야 합니다.

독일에 광부들은 얼마나 많이 보냈으며,
오키나와에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을 보냈습니까?
남미로는 얼마나 많이 팔려갔게요?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얻은 설움. 그들도 똑같이 겪어야 합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민족들, 똑같이 당해야 합니다.

솔직해져야 합니다.
우리보다 까맣게 생겼으면 우리보다 저질, 하류 계급입니다.
우리보다 하얗더라도 동유럽쪽이면 성적 노리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국 사람들과 서유럽 사람들을 제외하면 우리가 최고입니다.
중국도, 일본도, 다 저질들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이 시기에, 우리라도 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거룩한 척이라고 비난하셔도,
솔직하지 못한 놈이라고 말씀하셔도,
너도 흑인들이나 동남아계를 보면 괜시리 으쓱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셔도,
그다지 할 말은 없는, 저역시 부끄러운 사람이지만
최소한 말만이라도 그런 류와 같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그들과 우리가 어디있냐고,
하나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피부색이 뭐가 중요하냐고,
한국어를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하는가가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말만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터잡아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들의 국적이 무엇이든,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 땅에 서있든,
그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한국인"이라고 불러주고 싶습니다.

우리네 선배들이 그렇게 당했다면, 그래서 그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다면,
그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같이 눈물 흘려주며,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라도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참 많이 미안할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서 외국에 팔려가듯 나간 우리네 어머니 세대의 자식들,
피부색이 다른 우리의 다른 형제들에게 말이죠...

괜시리 마음이 짠~해오네요.
이 추운 겨울날, 어쩐지 고개가 숙여집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구요...

by 뷰파인더 | 2008/11/19 01:07 | 전파낭비 하지 말자고!!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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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울오브로드 at 2008/11/19 01:26
뭐랄까.. 어려울수록 서로 보듬을 생각을 안하고 삭막해지는게 인간의 속성일까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국인들이 안하려는 일들도 그분들은 나서서 한다는데

그분들이 물러나고 나면 그 빈 자리를 자신들이 매꿀 생각인건지(....)

좀더 외국인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Xenopobia라는 말을 보고...... 어떤 게임을 생각한 저 자신을 반성중입니다.

어떤 게임이냐고요? 네이버 검색을 이용하시면 나올겁니다 아마도.(...먼 별)
Commented by 뷰파인더 at 2008/11/19 15:35
ㅋㅋ 저도 어디서 제노 뭐시기 한게 슬쩍 기억이 나서 검색해 찾았거든요. 제노포비아.. 검색하니까 모 게임이랑 동인지랑 주루룩 나오더라구요. ㅋㅋ
Commented by ai-space at 2008/11/19 01:28
그런데 보통 외국인 노동자들 일하는거 생각하면은
울 나라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 추측에 불과하지만요.
불법체류 없어지긴 해야하죠. 좀 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죠.
그런데, 저 사람들 다 쫓아낸다면 과연 울 나라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그런 일들 사람 구하기 더 힘들 것 같은데...
무조건 극단적으로 까는 사람들은 과연 그 일을 대신할 것인지...
Commented by 팬티팔이소녀 at 2008/11/19 08:24
여성단체에서 다문화가정을 이혼시켜 파탄내길 좋아하던데 그 결과는 아이와 유산을 뺏기는거였네요
Commented by 팬티팔이소녀 at 2008/11/19 08:26
한국여자를 피하려고 국제결혼까지 했건만 자기가 죽자마자 피붙이 한국여자들때문에 자기 마누라 인생이 망가지다니..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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